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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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재영 

 

 

꿈꾸는 폐선

 

 

 

 

족히 몇 년은 되었을 걸요

국도변 한 켠에 붙박힌 채

노을이 닻을 올리면 감쪽같이, 환해져요

한적한 국도변에서 등대처럼 깜박이는 낡은 목선 한 척

망망대해를 꿈꾸는 중이죠

그는 아직도 만선을 꿈꾸고 있을까요

지나던 바람이 건들건들 속을 뒤집고 가네요

출항 준비는 짧을수록 좋은 법

우물쭈물하다가는 어설픈 승객마저 놓치기 십상이거든요

묵정밭 불법 거주자 망초 무리까지 합세해

창문마다 노란 알전구들이 밤새 출렁이고

노을을 이끌고 찾아든 새들은

서로의 젖은 눈을 응시하느라

회항하는 길을 잃어버릴지도 몰라요

정규 항로를 이탈해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은 만년 고객

바람이 거셀 때면 낡은 목선이 제 풀에 기우뚱거려요

버려진 고양이들은 언제나 무례한 침입자랍니다

하긴 외딴 항구에나 가 있을 법한 음산한 폐선에

화려한 장미나 고귀한 난(蘭)이 가당키나 하겠어요

언제부터 이곳에 정박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간혹 안개 무리가 몰려와 유령선을 이끌고는

밤새 먼 바다를 항해하는지도 모르지요

 

 

 

 

 

 

 

 

 

 

 

 

 

 

 

 

 

 

신작시_최재영.jpg

최재영 | 20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루파나레라』 『꽃피는 한 시절을 허구라고 하자』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