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임남균 | ||
|---|---|---|---|
우포늪
바람과 빛의 족보를 외우고 있는 곳
억새와 갈대가 출렁이는 길
눈가에 물장구친다
모태부터 고요한 만년의 맥박을 만진다
바람과 동침하며 빚어내는 향기
살진 구름 위로 흩어진다
밑도 끝도 없는 진흙세계
날개와 비늘 있는 모든 것들
선비 발걸음으로 헤쳐 나간다
수채화, 풍경화도 아닌
화장기 없고 분장도 없는
윤곽이 고려청자 같은
얼굴 앞에 숨이 멎는 듯하다
어디서 한 사연들 물고 들어온
쏙독새. 큰부리큰기러기, 큰고니
우포늪의 만년 친구들
물 위에 점들을 지문처럼 찍고 있다
사포늪이 옆에서 갈대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억새가 G선을 퉁긴다
달과 별빛이 수시로 잠입하여
물갈이한다
안개와 그리움이 출산되는 곳
늪 속의 비밀은 아직도
늪이다

임남균 | 서울 출생. 2005년 『시인정신』 등단. 동인지 『닉네임 전성시대』 외 다수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