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서용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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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영정
어린 앨버트로스가 흰 모래 위에서 분해되었다
둥근 알에서 때어났을 새끼 앨버트로스는
모래밭을 뒹굴고
언덕 위에서 날개를 퍼덕이다가
검푸른 파도 위를 날았을 때
누구도 탐하지 못할 신비를 맛보았으리라
전장의 깃발 같은 어미 앨버트로스의 날개,
바다 위에서 흰 조각구름처럼 오래 떠 있을 때마다
둥지에 있는 어린 새끼 생각
허공의 길마저 잃어버릴 먼 곳까지 날아가
먹이를 찾을 때도 잦아졌다
거친 물이랑 사이사이 둥둥 떠다니는
먹이를 수확하는 일이란
항상 곡예 비행이 필요했을 법
굶주린 어린 새끼가 받아먹었던 밥이
플라스틱 병뚜껑이라니!
우리들이 먹고 있는 흰밥도
끼니가 지날수록 헛배만 부르는
플라스틱 가루로 만들어진 인조 밥
앨버트로스의 고향 북태평양 미드웨이 섬,
앨버트로스 원주민 마을은
인제 새의 묘지가 되었다
어린 새는 천천히 죽어가면서
모래 위에 제 영정 온몸으로 그렸을 것
우리들은 어린 새를 추모하듯
가끔씩 산언덕 초록 잔디밭에서 새의 이름을 부른다
앨버트로스!

서용기 | 1996년 계간 『문학춘추』 등단. 시집 『금빛돌비늘의 떼』 『새에게 묻는다』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