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안태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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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만져지는 물집
까만 정장을 입은 채 물가에 앉아 있다
햇살은 기울고
죽은 듯한 바람이 다시 일어서 해묵은 갈대들의 그림자를 들추자 아픈 내 근황이 피부처럼 비춰진다
세 살 아이가 눈송이라 부르던 꽃잎들은 축제를 마친 인파처럼 고단하게 돌아가고
무허가로 부풀고 있는 푸른 거푸집들
사라진 것과 사라지려는 것
어느 것이
사람들의 심중에 가까운가
물가에 앉은 사람들은
무른 무릎에 꽃잎을 다시 불러보는 시절이 있는 것 같고
밥 냄새 풍기는 사립문 밖에서
검은 염소들이
뿔로 툭툭 치며 저녁을 몰고 오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전속력으로 날아본 적 있는
새들은 무거운 날갯짓을 버리고 공중에 안겨든다 잔잔해지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물결들
끝내 꿈을 부정하다 잠긴 목소리처럼
물집이 만져진다
들어가 본 적 없는 물의 집
언젠가 드러날 모래톱에 누우면 일생이 다 소비될 것 같다

안태현 | 전남 함평 출생. 2011년 『시안』 등단. 시집 『이달의 신간』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