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정훈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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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문장을 읽다,
골반을 드러낸 채로 저녁이 온다
하얀 눈밭을 지나 산 하나를 지우며 당신이 온다
며칠 내내 입으로만 전해지던 소문이
마침내 발 앞에 내려앉는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당신이
어제 문을 닫았다는,
당신의 빈자리가 늘수록
골목의 그림자는 더 짙게 눕는다
점멸등처럼 말을 더듬거리던 당신이
오늘은 아예 문을 닫는다
못 볼 걸 많이 봤다며
결국엔 말을 닫은 것이다
아파트는 그대로고 골목만 낡아가는,
저녁은 그대로고 당신만 낡아가는,
아주 오래된 저녁을 열고, 눈발이 날린다
나무로 된 절름발이 의자 위로
당신의 눈동자가 자꾸만 쌓인다.

정훈교 | 2010년 『사람의문학』 등단. 시집 『또 하나의 입술』, 시에세이집 『당신의 감성일기』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