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박숙경 | ||
|---|---|---|---|
장마철
1
비 때문에 그나마 괜찮은 날이었어
눈물을 닦지 않아도 들키지 않을 것이므로
바깥의 모든 것은 처음의 풍경
생의 마지막을 실은 1톤 트럭 위
네 발로 버티어도
과속방지턱 지날 때마다 더 펄럭이는 작은 귓속으로 장대비는 하염없고 하염없음으로 인하여 평생의 때가 한꺼번에 씻기고
꿀꿀 소리는 한 번의 나부낌도 없이 빗줄기를 타고 길바닥으로 방전되다가
영원히 되돌아올 수 없는 28번 국도를 지나갔어
눈물을 맘껏 짜내도 되는 슬픈 비가 있어 줘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위안이 될까
2
우회전하면서 딱 그만큼 기울어지다가
소문난 국밥집을 스쳤어
35번 국도로 접어들어도 여전히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역
불안정의 비가 내리고
계속 내리고
몇 분 전 오토캠핑장을 지나오면서 언제 목살이라도 구워 먹자 했던 말을 얼른 주워 담아 버렸어
뭐가 그리 급했을까 1차선으로 바꾸어 트럭 한 대를 추월하더니 속력을 높이더라
북영천 나들목 들어서는 갈래길에서
나는 오른쪽으로 꺾이고 트럭은 직진
양동이로 퍼부어대는 하늘이 도무지 다행이라면 다행인 날이었어
3
가끔은 하느님도 눈물을 무단 방류할 필요가 있는 날이 있나봐

박숙경 | 2015년 『동리목월』 등단. 시집 『날아라 캥거루』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