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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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강로 

 

 

  맨발의 궤적(軌跡)

 

 

  나뭇가지에 앉은 새, 활공, 종이비행기의 곤두박질, 연착륙,

  또는 쫑쫑쫑 어둠 속을 날으는 개똥벌레의 환상궤적······

  날고 싶은 맨발의 바람기다. 오늘도 걸었다. 맨발의 동력(動力)은

  햇살과 바람

 

  맨발로 문월도(問月圖)*의 사내와 만났다. 흔쾌하고 교교(皎皎)한

  달빛사내, 나는 그의 그늘이 되었다. 누구의 그늘이 될 때마다 나는

  어둑하다. 슬그머니 일어나서 그의 곁을 떠나 걸었다. 한참 가다가

  압구정(狎鷗亭)**에서 쏘다녔다. 마을이 있고, 큰 나무가 있었다.

  강이 흐르고 사공들이 무뚝뚝했다. 엷은 군청색 풍경 저 멀리 진한

  산색의 남산(南山), 그 우거진 숲 그늘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다

 

  언제나 귀가는 호젓하고 추레했다. 마음의 누더기가 맑게

  펄럭였다. 정신의 단순한 가벼움으로 빈 곳을 쏘다니다가 가끔

  헛디디고 다리가 아팠지만, 오늘도 맨발이 환했다

 

 

 

 

  *〈문월도(問月圖)〉: 이정(李霆, 1554~1626)의 회화.

  **〈압구정(狎鷗亭)〉: 정선(鄭敾, 1676~1759)의 회화.

     -이상 『간송문화(澗松文華)』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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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로 |1976년 『심상』 등단. 시집 『불꽃놀이』 『작은 것들에 대하여』, 전쟁서사시집 『별똥전쟁』 외 다수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