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박찬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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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2
죽음은 퇴근을 하고 지하로 내려간다
어둠 속에서 불을 켜고 달려오는 지하철을 바라본다
죽음은 오늘 하루를 잘 견뎠다 들키지 않았다
몇 번의 농담과 웃음
몇 번의 인사와 악수
몇 번의 칭찬과 질책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짜증과 분노를 잘 넘겼다
죽음은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온다
계단을 오르고 잠겨 있는 죽음의 비밀번호를 누른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에 구두를 넣는다
두 켤레의 죽음이 죽음을 쳐다본다
집안 곳곳 숨겨진 죽음이 죽음에게 발각된다
죽음은 애써 죽음을 외면한다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바깥 어둠의 대화에 귀 기울인다
죽음은 생각한다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조금씩 증발하고 있다고 믿기로 한다
죽음은 불을 끄고 잠에 든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이 사람을
꿈꾸는 일은 늘 생략된다
죽음 곁에서 죽음이 서서히 짙어지고 있다
어둠 속에서 불을 켜고 지하철이 달려오고 있었다

박찬세 | 200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월간 웹지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