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이현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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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한바탕 소나기 지나간 자리
코 푼 휴지처럼
목련 꽃들이 떨어져 있었다.
목을 베고 소금을 치듯
바람이 가지를 흔들자 빗방울이 쳤다.
하필 그 목련 나무 아래를 지나가며
노파는 코를 훌쩍이고
이 타작마당을 눈여겨 본 것은
다음 차례가 될 꽃잎들이었다.
아랑곳 않고
벽에 매달린 채
전단지들 나부끼고 있었다.
최상급의 부사어를 남발하며
온몸을 짜내는 맹렬한 수다,
자괴감 때문일까, 아무래도
너무 많은 말을 했다고 느낄 때의 비참.
일생 주둥이를 나불대다 죽게 될 것 같은
불길함으로 입을 훔친 행인들이 몇
목을 어루만지며 그 곁을 지나고 있었다.

이현승 |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 『생활이라는 생각』이 있음. 제7회 솔뫼창작기금(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시인상), 제7회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신작시 201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