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민왕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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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양
남에서 북으로 목련이 피어나는 순서처럼 나와 당신의 억양이 다르다
중부에서 온 나는 밥 먹었어요, 라고 요를 올려 물었고
남부에 사는 당신은 밥 먹었어요, 라고 어를 더 올려 물었다
당신은 내 억양이 차갑다고 했고 나는 당신의 억양이 따숩다고 했다
밋밋한 내 말씨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어디쯤 시간이 흘러야
남해 유원지 해변포목점 주인처럼 목화 같은 말씨를 가질 수 있을까
북에서 남으로 눈이 흩날리는 순서처럼 나와 당신의 억양이 다르다
추운 곳에서 온 나는 아직 슬퍼요, 라고 말했고
따뜻한 곳에 사는 당신은 슬퍼봐야 뭐해요, 라고 말했다
남쪽에 오니 바람이나 햇살의 억양도 달라져서 반나절씩 해변을 쏘다니다가
비로소 목련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의 억양을 몰래 흉내 내며 좋아한다는 말 대신
아이 낳고 살까요, 라는 더 따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왕기 | 1978년 강원도 춘천 출생. 단국대 영문과 졸업. 2015년 《시인동네》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