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전영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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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섬에서 일 년만 살아보자는 약속을 소급한다
바람이 통성명할 틈도 없이 반대편으로 건너갈 만큼
피차 초면이 흔해 텃세가 무른 조각섬이 좋겠다
부엌살림 트고 지내는 바닥에서 면식은 불편한 필수품이어서
갯바위 돌아가 후미진 언덕 위 축대 높은 집을 골랐다
그 집에서 우리는 시간에 흔들려도 떠밀려가지 않는 해조류로 요양하겠지
당신은 아침마다 마당에 그득한 해무를 사발로 퍼오고
청포묵 무침을 상에 올리는 마법들이 익숙해서
우리 고래 뱃속에 손잡고 누운 듯
어둠과 적막을 두고 온 집으로 착각하곤 하겠지
항우울제 탓에 뜬금없는 내 말끝마다 자상하게 답해주는
당신 미소는 간이 맞았지
바람 타고 오르다가
헛디뎌 바다로 추락하는 해국 향기들에게 조문 다녀오는 길에
허방 짚으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았지
공판장에는 소금기에 늙은 그물이나 헐렁하게 흔들리겠지
부레 터진 우럭들과 낚시 바늘에 눈을 꿴 우럭들이 불운의 정도를 키 재기 하겠지
나는 다 안다는 듯 뒷짐 지고 서성이겠지
우울이 부레만큼 속을 치밀고 있으면서
미늘의 끝에 걸려 허우적거리며 흐릿한 미래로 끌려가면서
매일 지나치는 공판장에서 나는 직장처럼 비린내만으로 착각을 반복하지
파도 소리는 등으로 들으면 서러운 것 같아
견디다 해변 가까이 앉아 들으면 보채는 소리로 들린다
잔물결 뒤척이는 저녁에는 흐린 저녁 하늘이 아버지 표정으로 바뀌고
실낱 노을 조각으로 불장난 하다가 꾸중 들은 듯 시무룩해진다
섬에서 몸피를 키운 어둠은 좁은 바닥 출신들이 그렇듯 몰려다닌다
희망은 조각섬의 자생종
나는 몸이 우선해지고 일 년 살림을 정리할 때가 되겠지
신품종이 낯설어 다짐 비슷한 습성을 들이겠지
바다가 잔잔할 때는 막막함을 양식하고
바다가 널을 뛰는 기간에는 청춘을 욕심껏 양식하겠다

전영관 | 2011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 산문집 『슬퍼할 권리』 『이별과 이별하기』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