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강해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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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누구나 불가능한 것들을 꿈꾸죠
나비는 꽃나무가 되고 싶고
꽃나무는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고
당신은
명품 인생을 꿈꾸구요
시간은 넘쳐나고
권태와 무료함은 레테르도 떼지 않은 짝퉁들처럼 쌓여가고
생리통처럼 찾아오는
욕망이 욕망을 불러 바겐세일 하는 날에는
멋진 고립을 위하여 쇼핑을 가요
소비의 사원* 속으로
군중 속의 고독을
쇼핑하는, 저 많은 순례자들
자동문을 통과하는 순간
가슴은 뛰고 흥분되죠
케르겔렌 군도의 섬처럼 망망대해에 몸을 맡기고 떠 있는,
혹은 걸어가는
안과 밖은 천지 차이예요
이곳에는 신용불량자든 땡전 한 푼 없는 거지든 상관없죠
고객은 왕이니까요
바깥세상에서 그토록 간절히 원하고 구했건만 얻지 못했던
불가능한 것들 쇼핑백에 담으며
룰루랄라
고독한,
*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근대』에서.

강해림 | 대구 출생. 1991년 『민족과문학』,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구름 사원』 『환한 폐가』 『그냥 한번 불러보는』이 있다.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