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tra Form Output
저자 김원식 

할미고듸이의 부당한 치매

 

 

봄비조차 격정의 꽃몸살을 앓던 밤에는

부나비가 뛰어들었다는 4차선 불빛 속을 건너기도 했다

거부할 수 없는 필생의 등짐 살이

홑눈으로 험지를 더듬으며 무르팍으로 쓴 나선의 생을

히말라야산맥을 타고 타클라마칸을 걸어간 수행자들이

사막에 쓴 문장에 비교되는 것은 부당하다

평생, 여린 속살 아물 날 없이 풀밭을 일구며

와각지쟁(蝸角之爭)에도 눈을 닫고 매순간

최후를 살았기 때문이다

간신히 핀 청매마저 바람결에 위태로운 날

잠시 정신을 불러왔을까

새우잠이 든 아들 꽃샘추위를 덮어주려고

발끝부터 어깨까지 그 먼 너덜겅을

기억이 빠져나간 엉덩걸음으로 이불을 끌고 있었다

맨발로 땅을 살았던 그가, 한 평 남짓

창밖 풍경을 세간으로 받던 날 기억 속 마지막 기억,

자식을 부르기 위해 우우 우우 뼛속 말을 비틀어 짜냈다

고장 난 촉수로 우렁우렁 종소리를 울려서

멀어지는 가족의 뒷모습을 당기려는 달팽이의 애고지고

요양원을 걸어 나온 길이 저만치 우련하다

 

 

 

 

 

 

 

BD_C5_C0_DB_BD_C3_B1_E8_BF_F8_BD_C4.jpg

 

김원식 | 1988년 『꿰맨 글 맞춘 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백애 시낭송시집』 Ⅰ·Ⅱ, 『그리운 지청구』가 있음. 〈천상병 귀천문학상〉 수상.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장, 천상병 문학제 대회장.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