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엄계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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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오디오는 존 레논을 흥얼거리고
시간은 열두 계단 중 일곱 번째 계단을 오릅니다
열어둔 문틈 사이로 바람이 먼저 들고
뒤이어 파리 한 마리가 들어 왔습니다
어느 몸의 구더기에서 환생했는지
땡볕 차린 보리 밥상
익숙하다는 듯 생일 밥 앞에
겸상하자며 턱하니 가 앉습니다
조용히 내려놓아야 할 것이
결코 숟가락이 아니었지만,
검게 탄 밥알만 한 육체를 향해
무쇠팔을 휘두르고야 말았습니다
나도 밥풀에서 해방된 지
겨우 십오 초가 지났을 뿐인데
함께 먹자 섬섬옥수(纖纖玉手)
싹싹 비는 놈을 처참하게
손바닥으로 때려서 죽였습니다
나는 이제 파리로 환생조차 못하게 생겼습니다

엄계옥 시인
엄계옥 | 경북 울진 출생. 2011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내가 잠깐 한눈 판 사이』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