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한승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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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리 선인장
오로지 태양만을 좇다가 국경을 넘어서버린
유랑의 혼이 있었다, 사막을 등지고
너울너울 춤판을 벌이던 원색의 판초마저 벗어던진 채
떠도는 꿈을 한 모금의 물로 달래며
섬 귀퉁이에 무릎걸음으로 올라서서
기적처럼 뿌리내리던 손바닥만 한 얼굴의 사내,
습기 찬 날들이 늘어갈수록
수평선을 넘어오며 터득한 자신만의 비법
물살의 힘에 벼리듯 더 깊고 푸르러진 가시를
살갗에 수천 번 박으며 섬의 기질을 배워나갔다
발 닿는 곳은
바닷가 바위 틈 혹은 버려진 땅이 전부였지만
어린 씨앗들을 건사하기 위해
노란 불꽃더미를 피워 올렸다가 일찍 접기도 했으리
어눌한 말투는 바닷바람에 날려버린 지 오래다
이제는 강렬한 빛을 가슴팍에 묻어버린 토박이처럼
어엿하게 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지만
암암리에 퍼져나간 입소문에 구경꾼들이 몰려들면
밭담 사이로 목례도 하고, 정녕 무리를 지어
난(亂)을 도모하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가장 빛나는 가시별이 되기 위해
더 먼 곳을 응시하는 사내의 태생이
오늘따라 월령리 바다를 울린다,
뒤척이는 저 불꽃자리
노을이 물결이불을 덮어주다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승엽 시인
한승엽 | 제주 출생. 2006년 《문학예술》로 등단. 시집 『몰입의 서쪽』 『별빛극장』이 있음. 〈천강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