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황성규 | ||
|---|---|---|---|
흔적의 기억
다시 걸음을 옮겼다
두툼한 구름의 짙은 눈동자 아래
이름 모를 검은 새들이 지났다
기록을 남기지 않는 무거운 바람이
쇠락한 나뭇가지 주위를 맴돌았다
걸음을 옮겼다 또다시
같은 곳을 배회하는 시곗바늘이
기억을 지우고 흔적을 덧붙였다
또다시 걸음을 늦추었다
비밀인 척 비밀을 말하곤 하던
입술의 주름이 귓가에 닿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
골목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가로등 불빛을 감싼 어둠 아래
차가운 소름이 돋아나고 있었다

황성규 시인
황성규 | 2004년 《시와세계》로 등단. 한양대 박사과정 재학 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