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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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승철 

 

 

대국(對局)

 

 

 

검은 바둑돌을 놓는다. 유리창 밖으로 누군가 하나씩 어둠을 찍어 누르듯, 바둑판의 길 위에 검은 돌을 놓는다. 너의 손길이 처음 내 가슴에 한 숨결을 뱉어놓았을 때, 지상의 불빛들이 대국(對局)을 하듯 하나 둘 불빛을 밝힌다.

 

칼로 손목을 그었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잘린 실핏줄과 마주하는 횟수만큼 투신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쓰라림을 떠올리게 된다. 없는 애인을 마주하는 일처럼 칼이 지나간 길은 늘 소매 안쪽에서만 붉어진다. 댐 아래 묻힌 수몰지역을 생각하는 것이다. 칼날의 기억은 이제 혈관 아래 찰랑거리고 있다.

 

새로 집터를 만들 때, 돌을 깨 지하로 기둥 박는 소리 쩌러렁 울릴 때, 온 동네의 기둥이 함께 쩌러렁 울리는 것을 나는 진동이라는 말보다 통감(痛感)이라는 말로 이해한다.

 

녹슨 거울 안으로 들어간 사내가 있었다. 비가 올 때마다 자신이 걸어 들어간 길을 지워버리는 한 사내의 길, 이끼, 울지 못하는 만큼의 아픈 무늬가 선명하게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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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시인

최승철 | 2014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수료. 2002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갑을시티』 『키위 도서관』가 있음. 2006년 문예진흥기금 신진작가 창작 지원금 수상, 2012년 대산 창작기금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