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tra Form Output
저자 안차애 

 

 

 

열려라 참깨

 

 

 

근시 안경을 쓴 남자가 얼굴을 찌푸리는 여자 곁으로 다가간다

다리를 저는 여자는 소아마비를 앓았다는 남자만 바라본다

습관적으로 코피를 쏟는 여자가 예뻐서 셔츠에 토마토 주스를 몰래 쏟는 남자가

복선을 깔듯 싱긋 웃는다

 

조울증이 불면증에서 손을 내민다

천식이 알레르기의 두런거림을 알아듣는다

안면홍조가 위궤양을 붉게 밝힌다

성대 결절이 녹내장에게 기대 쉬고 있다

 

너 어릴 때 부모랑 같이 못 살았지?

스물한 살의 그가 스무 살의 나에게 속삭이던 말은

왼쪽으로 깊이 기울어진 작업이었다

난 귀족적으로 피가 파란 랍스터가 되고 싶어*

랍스터는 100년 동안이나 사랑을 한대

사랑과 섹스가 이음동어라는 걸 모르는 척 알아들었다

 

어떤 결락과 잉여의 절름거림이 사이키 조명처럼 번쩍거린다

너무 달콤한 혀와 부글거리는 위가 서로를 밀어내면서

불구(不具)의 웨이브를 넘는다

그 틈에 한 발을 집어넣는 동안

검은 구멍이 알리바바의 동굴처럼 열렸다 닫힌다

 

 

 

 

 

 

* 영화 〈더 랍스터〉 중에서.

 

 

 

 

 

 

 

 

BE_C8_C2_F7_BE_D6.jpg

안차애 시인

안차애 |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치명적 그늘』 등이 있음. 문예진흥기금, 문화재단기금 등 수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