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김경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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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가슴기러기
새들은 한 번 날았던 하늘을 버린다
깃털이 떨어진다
나는 오늘처럼 생긴 어제를 껴입고
지난겨울로 만든 펜을 잡는다
새들은 한 번 날았던 하늘을 버린다
나는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는 하늘을 바라본다
어제 위에 어제를 덧입고
지난겨울을 뚝뚝 분질러가며 펜을 깎는다
다시 지난겨울
또 다시 지난겨울
날아간 하늘을 버리지 않는 새는
날아본 적 없는 새일 뿐
바닥에 꼬꾸라진 새일 뿐
새들은 떨어진 깃털을 줍지 않는다
나는 지난겨울의 새를 그린다
새였던 새를
새가 아닌 새를 그린다
떨어진 깃털들을 주우며 나는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는 하늘을 바라본다
다시 하늘을 버리며 붉은가슴기러기들 멀어져간다

김경후 시인
김경후 | 1971년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