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최세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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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나비
신은 재단 가위를 내려놓았다 원단이 부족한 날 만들었던 사람 하나가 캐비닛 서랍처럼 차고 깊은 물질이 되어 돌아왔다
애무의 기운은 감지되지 않았다
자외(紫外)의 싸늘한 모멸만이 서치라이트처럼 훑은 생애였다
그의 소원은 저와 닮은 생명을 남기지 않는 것
소원이 이루어져 다행이라는 듯 눈이 내리고 있었다
외항에서 외항으로 떠돌던 삶이었고 고향으로 돌아오면 낯선 개들이 주위를 맴돌았다 맴돌면서 거리를 좁혀 왔다 점점 좁아지는 동그라미 안에서 술래가 된다는 것 접힌 달이 조금씩 펴지는 밤이 되어도 오금을 못 펴고 쭈그려 앉는다는 것
맺히고 얽히고 단단해져야만
갑각의 건물로 가득한 거리로 나설 수 있었고
주름과는 끝내 친밀해지지 않았다
스타트라인에 설 때마다 모두 나란하다고 주문을 외웠지만
이제 삶이 다 소진되어 축복이라는 듯
눈동자가 흙탕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물이 두 손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지상의 누구도 풀지 못한 깍지 낀 그 손을 신 또한 풀지 않았다
두 개의 눈꺼풀이 생애의 자투리 헝겊으로 남겨졌다
신은 그것을 가만히 어루만졌고 그러자 이미 저의 절벽을 봐 버린 자의 눈꺼풀 안쪽으로 한 쌍의 붉은 날개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최세라 시인
최세라 | 2011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