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박남희 | ||
|---|---|---|---|
어떤 음악
젖은 달이 너무 오래 떠 있습니다
그 아래
달을 잡아당기는 파도
파도가 버린 언덕을
우리는 악보라고 부릅니다
그 언덕을 개미 한 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개미는 자신보다도 더 큰 달을 지고 갑니다
우리는 개미를 종종 가난이라고 부릅니다
허공에 홀로 떠 있던 달이 안쓰러워
동행하는 것이겠지요
달로 인해 시간이 허기지는 것이
개미는 슬펐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허기지는 것이 음악입니다
허기로 어둠을 켜면 둥둥 떠오르는 것이 음악입니다
그러다 다시 캄캄해지는 것이 음악입니다
캄캄한 밤도 저만의 악보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연주하는 것이 음악입니다
제 안에 젖은 달이 너무 오래 떠 있습니다
목이 쉰 달빛 음악이 위태롭게 떠 있습니다

박남희 | 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폐차장 근처』 『이불 속의 쥐』 『고장난 아침』,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