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윤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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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끝내는 버릇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저는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시는 쓰지 않았지만요 마땅한 일입니다 일하고 돈 벌고 일하기 위해 돈을 벌면서
속 시끄럽지 않은 생활에도
사람들은 돋아나고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셨어요 함께 이야기를 따라 빙빙 돌다가 어쩌다 사람 같은 표정이 떠오르면
엄마가 말하지 말랬어요, 하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선량한 이들은
엄마 말 들어요, 엄마가 무조건 옳아, 말하지 마요
하면서 여름 과일을 많이 먹으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뜨곤 했지요
무덤가에 가거나
그릇 뒷면을 가만히 만져 보다가
잔풀에 열기가 고스란히 남은 강가로 갔어요
큰 강은 자꾸만 환한데
눈 코 입 또렷한 얼굴들이 징그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헐벗은 시에게 어울릴 문장을 지었습니다
짓고 부수고
이마가 가려울 정도로 어려웠지만
일터를 오갈 때 손톱을 깎을 때 흔들리는 창과 창을 건너갈 때
슬픔이
슬픔을 으스러뜨리다 돌아가지 못하고 영영 죽어 버렸을 때
이별도 오픈런이더라고요
허락을 받고 보내준 길
돌아가고
돌아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했습니다
밥술은 단데
자꾸만 흰 뼈가 생각나서요
사람의 이름이란 늘 묵음이었는데
그렇게 주문처럼 외게 될 줄 몰랐어요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우리, 아가
까맣게 뱉어 놓은 수박씨 같은 말들
어디에서 자라고 있나요
언젠가 역에서 본 정다운 사람들
사이를 죄다 찢어 놓고 싶었는데요
노부부 하나 남겨 두었습니다
속 좀 어때요 물 좀 마셔요 집에 가서 옥수수 쪄야 해
그런 말들을 가만가만 듣고 있는 게,
그럼 다시 사랑이라는 게, 마음이라는 게
거기도 여기처럼
미미한 사람들이
살고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가 나면
아픈 곳에 입술부터 가져가는
모두가 같은 겉감을 뒤집어쓰고 있는
아름다운,
손을 잡고 있나요

윤혜지 l
202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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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호(VOL.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