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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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혜지 

   

  

 

 

 

 작게 끝내는 버릇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저는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시는 쓰지 않았지만요 마땅한 일입니다 일하고 돈 벌고 일하기 위해 돈을 벌면서

 

  속 시끄럽지 않은 생활에도

 

  사람들은 돋아나고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셨어요 함께 이야기를 따라 빙빙 돌다가 어쩌다 사람 같은 표정이 떠오르면

 

  엄마가 말하지 말랬어요, 하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선량한 이들은

 

  엄마 말 들어요, 엄마가 무조건 옳아, 말하지 마요

  하면서 여름 과일을 많이 먹으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뜨곤 했지요

 

  무덤가에 가거나

  그릇 뒷면을 가만히 만져 보다가

 

  잔풀에 열기가 고스란히 남은 강가로 갔어요

 

  큰 강은 자꾸만 환한데

  눈 코 입 또렷한 얼굴들이 징그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헐벗은 시에게 어울릴 문장을 지었습니다

  짓고 부수고

 

  이마가 가려울 정도로 어려웠지만

 

  일터를 오갈 때 손톱을 깎을 때 흔들리는 창과 창을 건너갈 때

  슬픔이

  슬픔을 으스러뜨리다 돌아가지 못하고 영영 죽어 버렸을 때

 

  이별도 오픈런이더라고요

 

  허락을 받고 보내준 길

 

  돌아가고

 

  돌아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했습니다

  밥술은 단데

  자꾸만 흰 뼈가 생각나서요

 

  사람의 이름이란 늘 묵음이었는데

 

  그렇게 주문처럼 외게 될 줄 몰랐어요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우리, 아가

  까맣게 뱉어 놓은 수박씨 같은 말들

 

  어디에서 자라고 있나요

 

  언젠가 역에서 본 정다운 사람들

  사이를 죄다 찢어 놓고 싶었는데요

 

  노부부 하나 남겨 두었습니다

 

  속 좀 어때요 물 좀 마셔요 집에 가서 옥수수 쪄야 해

 

  그런 말들을 가만가만 듣고 있는 게,

 

  그럼 다시 사랑이라는 게, 마음이라는 게

 

  거기도 여기처럼

  미미한 사람들이

  살고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가 나면

 

  아픈 곳에 입술부터 가져가는

 

  모두가 같은 겉감을 뒤집어쓰고 있는

 

  아름다운,

 

  손을 잡고 있나요

 

 

 

 

 

 

 

 

 

 

 


 

신작시_윤혜지.jpg

윤혜지  l

202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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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호(VOL.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