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 저자 | 강건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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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하는 세계
흘깃거린다
커피는 금세 비워진다
하얀 순결로 똘똘 뭉친 면봉
김수영의 검게 그을린 얼굴
땀 냄새와 닭똥 냄새
올이 팽팽한 스타킹에 시선을 고정
저만치에서 비숍 여사는 커피를 마시고
아내는 사룟값과 달걀 시세를 헤아리는 눈으로
영수증을 응시한다
(S) LIGHT ROAST
NET Amount 4,091 + TAX Charge 409
Grand Total 4,500
양계장처럼
정교하고 규격화된 영수증
연구계획서를 작성한다
호모루덴스
학문은 놀이이고 문학도 놀이이고
삶조차도 놀이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족발을 연상케 하는
구두 밖으로 터져 나온
통통하고 붉은 발뒤꿈치
터질 것 같은 스타킹
양계장처럼 팽창하는 자본주의
연구텍스트는 저 압착된 족(足)
연구자는 은밀하고 숭고한 면봉과
생활의 비린내를 풍기는 불온한 김수영과
하얀 백지 위에 놓인 탐구자, 기록자

강건늘 l
2016년 《시인동네》 등단. 시집 『잠만 자는 방 있습니다』가 있음.
—
2026년 3월호(VOL.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