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 저자 | 황종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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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의 잠수사
지상으로부터 발을 떼는 순간, 공중은 거대한 수족관이 된다 나는 가느다란 숨줄 하나에 의지해 푸른 대기 속으로 잠영하는 사람 단단한 철골의 늑골 사이를 헤엄치며 문명이 잊고 있던 은빛 혈관들을 하나씩 이어 붙인다
공중에 심어놓은 차가운 배관들 나는 쇠붙이의 관절마다 뜨거운 숨을 불어넣어 얼어붙은 온기들을 지상의 방들로 흘려보낸다 누군가의 밥상을 데우고, 아이가 씻을 물로 솟구칠 저 물줄기들 내가 매달려 있는 이 고독한 높이는 사실 낮은 일상을 지탱하는 수심
높이 오를수록 하늘은 투명한 윤슬로 흩어지고 사랑하는 이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조약돌 같다 내일은 아이의 졸업식, 아빠라는 또 다른 현장으로 돌아가겠지만 지금은 텅 빈 공중에서 나만의 수평선을 받아 적는 시간 사랑할수록 나는 소금기로 증발하고 빈 껍데기 같은 몸만 크레인 끝에 걸려 흔들린다
두려움은 수압일지 모르나 나는 혼자일수록 혼자였던 적이 없다 내가 심은 이 은빛 길들이 누군가의 방에 닿는 동안 나는 함께하는 혼자 문득 투명한 무늬가 번져간다 슬픔이 차오를수록 물길은 더욱 깊어지고 나는 낮은 곳을 적시는 공중의 뿌리

황종권 l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당신의 등은 엎드려 울기에 좋았다』가 있음. 〈여수해양문학상〉 〈문경새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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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호(VOL.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