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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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민지 

   

 

 

 

 

 거들링

  

 

 

 

 

  윗동은 몰라도 돼

  몰라보는 슬픔을

 

  시골 할머니 집 근처

  흑염소 묶여 있던 대추나무의 긴장을

 

  죽은 척하면 잡아먹는다는

  야생의 무언가와 단단히 마주친 듯

 

  숨죽여 달려온 말

  뭐였지

 

  일요일에는 잠시 우리도 쉬어갑니다

  어느 가게의 휴게 공지를 읊조리며

 

  다 본 책 두는 곳

  이 도서관 구내식당도 있고 좋다

 

  백반은 주문번호 불릴 새 없이

  배식구에서 바로 받아가면 되네

 

  사람이 많으면 기다리는 식

 

  오랜만에 삼킨 콩자반

  검은콩이 머금은 간장

 

  콩에서 간장 나듯

  먹물 뿜는 두족류처럼 쓴 말

 

  이곳은 무엇을 우선 보호하기에

 

  서로 맞대어 선 너와 같이

  너와 닮은 장서들

 

  삽시간 무너질 지붕이라도

  올리는 재미가 있지

 

  담 넘어가는 공 보듯

  책에서 눈을 뗀다

 

  가려울 정도로 손 베는 일이 드물다

  드물게 빳빳한 너와 있다

 

 

 

 

 

 

 

 

 

 

 


 

신작시_김민지.jpg

김민지  l 

2021년 《파란》 등단. 시집 『잠든 사람과의 통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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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호(VOL.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