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026
Extra Form Output
저자 부영우 

   

 

 

 

 

 누가 뻐끔거리며 쫓아온다

  

 

 

 

 

  뻐끔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꽃잎 폴폴 날아와 입가에 매달렸다

  입바람 불어 날리려다 혀끝에 걸린

  연분홍 비린 맛

 

  까닭을 살피다가 떠오른 매장의 추억

  한때 아껴 돌보았던 열대어 두 마리

  나무 밑에 묻으면서 손 모아 했던 기도

  날개 달린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라

 

  나는 생애에서 한두 번쯤 이루어지는 바람이

  너희가 꽃잎으로 태어난 것이면 족하다

  이제 나는 바라고 기도하는 사람 아니지만

  그때처럼 구석에서 땅을 파고 있다

 

  죽어가는 것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떠나보내고도 아직 가버리지 않았다고

  혼자 생각하며 자꾸 돌아본다

 

  너희가 뻐끔거리며 나를 쫓아온 건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어서지? 그래,

  나도 가끔은 그토록 소중하다 말해 놓고

  까맣게 묻어버린 인연에게 미안하다

 

  너희가 미쳐 서로를 물어뜯어 죽인 것이

  너희를 모르면서 아껴줬다 말하던 주인 탓이라지

  혼자 살아 족한 생명을 함께 두고

  사랑하며 살라고 큰 입으로 되뇌었지

 

  우리가 미쳐 서로를 물어뜯는 것도

  저기에서 큰 얼굴로 사랑하며 살라 하는 주인 탓

  사랑할 줄 몰라서 사랑받지도 못하는 이가

  귀를 막고 자기 꼬리를 물어뜯고 있다

 

  스스로 족한 사람 누구이고

  사랑하며 살아갈 사람 누구일까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는 물어뜯기는 게

  무서워 물풀 사이에 숨어 살고 있다

 

  언젠가 내가 물어뜯겨 분분히 흩어지면

  너희 떨어진 자리에 내 조각 하나쯤 묻어주라

  우물쭈물했던 나의 내력도 함께 묻어주라

 

  다음번엔 많이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

  이파리가 되어 오늘처럼 꽃바람 부는 날에

  누구에게라도 달라붙으면 좋겠다

 

  나는 자꾸 살고 싶고

  꽃잎은 바람에 몸 뒤집어

  비늘로 반짝이고 있다

 

 

 

 

 

 

 

 

 

 

 


 

신작시_부영우.jpg

부영우  l 

2009년 《경향신문》 평론(대중문화), 2024년 《님Nim》 시 당선.

 

 

 

—

2026년 1월호(VOL.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