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 저자 | 임채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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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 무료 찻집
주문도, 계산도 없이 절집 다실에 앉아
엷게 달뜬 아내 앞에 찻물을 가만 따른다
귓전을 맑게 울리며 종소리를 내는 찻종
봄볕이 부셔 놓은 윤슬 빛 이야기가
숙우*에서 다관으로 분주하게 내릴 때
먼발치 두 갈래 강물도 부둥키며 흐르고
커피가 두 잔이면 보름치 쌀값이라며
찻잎이 뭉개지도록 우리고 우린 시간 너머
소매 끝 해진 외투가 야윈 손을 잡는다
시주함 속 몇 장 지폐 곁눈질로 훔쳐보다
한숨처럼 발원처럼 몰래 뱉는 나무아미타불
운길산 바람에 실린 외상 같은 하루가 간다
* 끓인 물을 식히는 대접. 녹차 따위를 끓일 때, 끓인 물을 바로 차에 붓지 않고 숙우에 부어 적당한 온도로 식힌 다음 붓는다.

임채성 l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등단. 시집 『세렝게티를 꿈꾸며』 『왼바라기』 『야생의 족보』 『메께라』, 시선집 『지 에이 피』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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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호(VOL.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