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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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피재현 

   

 

 

 

 

 세신사 형

 

 

 

 

 

  요즘 누가 때를 밀까 싶지만

  목욕탕에 갈 때마다 세신사 형은 때를 밀고 있다

  거 참 신기하다

  세신사 형은 처음부터 세신사는 아니었다

  이 목욕탕이 문을 연 25년 전에 아직 젊던 형은

  직장을 잃었고

  할 일 없으면 여기 와서 때나 밀라는 그 형의 형뻘 되는

  목욕탕 사장의 부름을 받고 때밀이가 되었다

  경기는 천천히 회복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형의 때 미는 실력이 늘어 일부러 때를 밀러 오는 사람들까지 생기자

  형은 어엿한 세신사가 되었다

  새 신 같기도 하고 신사 같기도 한 세신사

  나도 세신사 형에게 아버지를 부탁한 적이 있는데

  여간 좋아하지 않으셔서 몇 번 더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세신사 형도 이제는 늙어 허리가 굽어 있다

  딱히 정년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명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형이 이제 때를 그만 밀고 이 맑은 봄날을 살았으면 좋겠다

  선크림 듬뿍 바르고 봉정사 우화루 같은 데 앉아

  김밥 도시락 펼쳐 놓고 봄볕을 즐겼으면 좋겠다

 

  평생 동안 번 때돈으로 새 신을 사 신고 신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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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현  l 

1999년 《사람의문학》 등단. 시집 『우는 시간』 『원더우먼 윤채선』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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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호(VOL.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