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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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함기석 

미술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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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선생님이 그림 속의 치매 노인을 바라보고 있다

노인은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강물만 바라보고 있다

 

나는 선생님 곁으로 다가가 그림을 바라본다

노인의 눈에 노을이 잔물결처럼 일렁이고 있다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술실 창밖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아래로 새들이 날아다니며 놀고 있다

 

노인은 휠체어에서 일어나더니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온다

선생님과 나를 지나쳐 만화책이 쌓인

미술실 뒷문으로 나간다

 

노인이 운동장 쪽으로 걸어가자

그림 속 강물이 긴 그림자처럼 따라가고

강물 속 물고기들도 지느러미를 흔들며 따라간다

선생님 눈망울이 촉촉이 젖고 있다

 

선생님이 낮고 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이 그림은 아빠가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그린 건데

그때 아빠는 나를 포함해 가족 모두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어

 

선생님이 말하는 동안 노인은 교문을 나서고

운동장 측백나무 울타리 너머로 2층집이 보인다

옥상에서 키 작은 할머니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흰 빨래를 널고 있다

노인을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든다

 

옥상의 하늘거리는 빨래 사이로 햇살이

수백 개 바이올린 줄처럼 내려와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다

옥상 위 하늘엔 맑은 강물이 찰랑거리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다

 

참 아름답고 슬픈 풍경이야, 생각하며 난

선생님의 젖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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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함기석.jpeg

함기석​ ​■

1992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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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