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이화은 | ||
|---|---|---|---|
아무도 읽지 않은 것들이 하얗게 사라지네
시 한 줄 읽지 않았는데 팔월이 식어가네
구월이 오네 또 시월이 온다고
외로운 사람들이 천기를 누설 하네
안 돼! 안 돼!
아무리 소리쳐도 물속인 듯 꿈속인 듯 듣지 못하네
시 한 줄 읽지 않았는데
코스모스는 여전히 철이 없고 구절초는 아홉 번 허리를 꺾겠네
무릎이 아프네
시 한 줄 읽지 않았는데
이제 무릎걸음으로도 당신께 다가앉지 못하겠네
아무도 읽지 않은 시 곁에
아무도 읽지 않은 나를 나란히 뉘어 놓고 하늘을 보네
비행운처럼
아무도 읽지 않은 것들이 하얗게 흘러 가네

이화은 ■
1991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절정을 복사하다』 『미간』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