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이상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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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를 치는 소리
쉿 도서관입니다 디지털 자료실 5번 좌석이구요 주로 밀폐된 소리를 빌려줍니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요 끝이라고 생각하면 다 같이 엔터를 쳐요 ‘파’보다는 불안하고 ‘라’보다는 친절한 경쾌한 죽음 같아요 바닥을 친 사람들이 싱크로나이즈드 선수같이 입장하고 있어요 단호하게 물로 뛰어 들어요
물꽃으로 피었다가 순간 하강하는 한 떼의 투명
숨을 참고 있어요 수평선의 수위가 높아진 곳에 눈금을 표시해요 낡아가는 것들로 가득한 수몰의 나라 물고기들은 빈 방에서 빈 방으로 도망가요 엔터를 칠 때마다 퐁당퐁당 애인이 떠나갔어요 더 이상 지상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은 날이 많았어요

이상은 ■
2012년 《문학과의식》 등단. 시집 『어느 소시오패스의 수면법』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