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최서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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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복더위에 가을 여치 소리같이
목을 빼 올리고 기다려지는 목소리가 있다.
불에 덴 듯한 마음을 서늘하게 식혀주는 너의 목소리,
책처럼 늙은 학자들의 고매한 지식 따위와는
바꾸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묵호 앞바다처럼 깊고 검푸른 눈빛이 있다.
낚싯줄처럼 끊어질 듯 팽팽한 나의 시선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너의 눈빛,
재벌의 전 재산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배추흰나비를 불러들이는 장다리꽃처럼
연분홍빛 투명한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지친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너의 살 냄새,
솔로몬의 영광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최서림 ■
1993년 《현대시》 등단. 시집 『시인의 재산』 『사람의 향기』 등이 있음. 현재 서울과기대 문창과 교수.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