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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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우디 

상징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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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진에 가면 모래시계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시간의 언덕을 넘는다 바다 쪽 벤치에 앉으면 상상은 해안선의 가슴을 관통한다 목적 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중세의 파도를 목도하는 것은 지중해의 급소를 핥는 나만의 정신세계, 나는 나의 단체 속 비밀 요원이 되어 억겁을 뒤척이는 소리 듣는다

 

  소나무숲 그늘 방패 삼아 죽이고 싶고 사라지고 싶은 사람의 귀를 자른다 전시한다 숫자는 정신을 잃어 자주 모호하다 하얀 베일을 걷는 0시, 징벌을 사랑하는 종들이 죽은 도시의 창을 연다

 

  어떤 표식을 남길까 고민하는 눈알이, 젠체하고 싶은 이빨이 피를 흡혈하고 피를 뒤집어쓰면 나는 음모에 가담하는 사람, 멀리서 온 바람이 갈채를 보낸다

 

  장미 꽃잎 수의를 입을까

  백합의 나라에 밀입국할까

  물병자리 별의 멱을 딸까

 

  너무 많은 상징의 무렵

  존재는 증명을 거부한다, 필사적으로

 

  하루를 고백하면 하루가 죽었다

 

 

 

* 김진명 장편소설 『직지』에서

 

 

 

 

 

 

 

 

 

 

 

 

 

 

 

 

 

신작시_이우디.jpeg

이우디 ■

2014년 《시조시학》, 2019년 《문학청춘》 시 부문 등단. 시집 『수식은 잊어요』, 시조집 『썩을,』 『강물에 입술 한 잔』이 있음.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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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