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이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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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있던 집
한순간이면 이렇게 되는 거구나
사랑한 사람과 헤어지는 일처럼
내가 사랑한 것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바람에 실려 오던 봄이
비말에 쓰러진다
내 몸이 비말이다
봄이 아니라 몸이 문제다
그렇게 사이좋던 너와 내가
이제는 만나기조차 무서워
문을 잠그고 있어도 열리고
문을 열고 있어도 잠기고
어처구니없는 문
있기나 한 건가
세상이 휑하다
우리가 살던 집
문이 있던 집
그 안에서 우리의 봄은 꽃을 피우고
화사했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없는 집
그 문으로 누군가 드나들기는 했던 건가
인간이어서 슬픈 거구나

이사라 ■
1981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히브리인의 마을 앞에서』 『가족박물관』 『훗날 훗사람』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