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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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현숙 

대문짝만한 전광판에 신들이 글썽거린다

 

 

 

  미래시제로 쓰여 있는 문구들, 사건 없이도 한 생이 한 프레임 속으로 흘러간다 맛도 없고 냄새도 모르는 색색의 현란은 오직 충동과 행동을 기다린다 즐거운 선택만이 남아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오늘, 돈이 기도이고 주문이고 궁극의 목표이고, 기어이 그것으로 신들을 불러와야 불안이 사라진다 유혹은 미래를 향해 활짝 열려 있지만 그 미래의 달성은 끊임없이 연기된다 달콤한 환상은 얼마나 옳은 것인지 환상이 현실로 다가올 때 내 지갑은 열리고 통장의 잔고는 흐믓하게 엥꼬가 난다 그제야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만나는 이상한 경험, 그러나 그 매혹의 순간은 불가능으로 나 없는 내가 유령처럼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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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숙 ■

1999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공저 『경계의 도시에서』 등,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등, 연구서 『발화의 힘』, 저서 『마음 치유와 시』가 있음. 2002년 · 2005년 문화예술위원회 진흥기금, 2010년 서울문화재단 기금, 2015년 · 2018년 경기문화재단 기금 수혜. 현재 한서대학교, 고려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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