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박성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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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효능
찬물에 카레를 풀었다. 그것은 뭉쳐 있지만 차분하고, 무겁지만 곧 헤어질 줄 안다. 카레를 푸는 당신 곁에는 작은 일에도 심장이 뛰는 그가 있고, 마음에서 한 사람을 지우고도 여전히 탁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곳에서 카레는 조용하고 밝고 금빛으로, 가장 굉장한 사건인 양 녹아든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는 분명 나를 싫어한다. 성질은 차갑고 독이 없다.
간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충분한 음식, 다 알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을 멀쩡하게 해야 할 때, 카레를 풀어낼 완벽한 물이 냄비에 쏟아진다. 여기서는 안 되는 일이라도 불순물 없이 고운 그 말이 찬물에
카레를 녹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휘젓는 냄비 속으로 얼굴을 쏟아낸 그는 까닭 모를 슬픔으로 기울어진다. 무엇인가 집요하게 찾아내겠다는 결의로, 그곳에 동의할 일이 있어 끄덕였던 봤던 표정으로
당신은 카레를 만드는 그를 보고 있고 나는 당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도 추억 같은 것들이 있을까. 다행이라는 말은 너무 어려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분명히 그는 처음,
나에게 카레를 끓여준다. 카레는 어디서나 풀리고 언제나 어울린다. 숨소리였을까. 단지 꿈이었을까. 그때로 가고 싶었던 같다. 못 들은 척 헛디딘 카레의 공동체로 물은 차고
그와 나와 당신은 그리고 넷이서 카레를 먹는다. 풀 수 없는 것들이 나와 당신 사이에서 녹고, 당신은 누구를 싫어했을까. 아프다는 사람은 멀쩡해져서 돌아온다. 찬물을 카레에 푼다. 이것은 더 이상 물이 아니다.
나에게 없는 세상. 타는 소리는 아는 사람의 살 냄새였다

박성준 ■
2009년 《문학과사회》 시, 2013년 《경향신문》 평론 등단. 시집 『몰아 쓴 일기』 『잘 모르는 사이』가 있음. 〈박인환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