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김인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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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에서의 백 년
그대 향기로워서 봄이 오듯이
그대의 눈동자에 둥근 달이 떠오른다 달이 뜨면 깊고 푸른 동공의 수면 위로 4월을 사랑하는 봄새가 날아와 운다 눈동자 속엔 달이 있고 봄새가 있고 봄새를 따라 온 붉은 사막여우가 달빛을 동그랗게 핥고 있다 동공 호수에는 달이 일렁이고 4월을 품은 초록 바람이 배란통을 앓는다 그대 더욱 향기로워져서 꽃들이 망울을 밤새 부풀리고 그대의 눈동자엔 둥근 달이 연화처럼 피어오른다 풍덩, 나는 당신의 달 속에 빠져 아득히 수평선에서 달려오는 파도와 깊도록 술을 마시는 봄밤
촤르르, 4월이 맨발로 백 년을 젖는다.

김인육 ■
2000년 《시와생명》 등단. 시집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 『사랑의 물리학』이 있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 서울대 강사 역임, 현 양천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