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정철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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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타전
오늘 우한으로부터
일가족 네 명의 사망이 타전되었다
후베이성 영화제작소 주임 창카이와
그의 부모와 누나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잇따라 숨졌다는 것이다
누구도 가족 아닌 인류는 없고
그건 나와 우리의 사망과 동시에
무한대의 사망을 예고하는 타전이었다
그건 자기 자신을 개별적인 나라고 부르는
1인칭의 박멸을 보여주었고
한 존재를 태워 사라지게 하는 것을
화장이라 하듯 창카이 일가족의 육신은
한번 붙으면 끌 수 없는 불 속에 눕혀졌을 테고
어디선가 단백질 타는 냄새가 나서
TV를 끄고 집을 나섰다
어스름 무렵, 지하철을 타고
이 이동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골똘하다가 이동의 자유라든가
1인칭의 짝짓기마저 하나의 통계로
통제하는 국가라든지 국가의
위생 감각에 숨이 막혔다
해발 8천 미터의 고도를 넘는
기러기 떼를 보면 집단으로
숨을 참으며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번 날개를 폈으니
이 생은 넘어갈 수밖에 없고
산소가 희박한 국가에서 살아나는 법은
숨을 오래 참는 것일지도 모른다
1980년 광주에서도 숨을 참으면서
사랑을 했다
지치고 불길한 봄,
우한으로 가는 의사와 간호사를 배웅하며
오열하는 가족들의 뉴스를 보느라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잠시 멈춰 섰을 때
나도 불 속에 던져질
단백질 덩어리이긴 마찬가지였다
거창하게 말할 건 아니지만
인류가 발명한 불로
인류가 사라진다는 게
오늘의 타전이고 보면
불타는 오늘
캄캄하지도 밝지도 않은 불면의 밤을
허겁지겁 지새운 뒤의 미명 속으로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편지를
허공 속으로 띄워 보내고 싶다
수신자는 다음 주나
그다음 주쯤으로 해두고서…

정철훈 ■
1997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살고 있는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개 같은 신념』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빛나는 단도』 『만주만리』 등,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 『카인의 정원』 『소설 김알렉산드라』 『모든 복은 소년에게』, 평전 및 탐사기 『소련은 살아 있다』 『김알렉산드라 평전』 『옐찐과 21세기 러시아』 『뒤집어져야 문학이다』 『내가 만난 손창섭』 『감각의 연금술』 『오빠 이상, 누이 옥희』 『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