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임동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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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무렵
그악스럽게 도토리, 상수리를 주워가던 지난겨울에도 살아남은 청설모 새끼 두 마리가 스트로브 잣나무 가지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해발 73M 궁산 공원
삭정이로 얼기설기 아까시나무 우듬지에 엮어놓은 까치집이 마치 시대를 훌쩍 앞서간 예언자처럼 뜻하지 않은 초속 21M 강풍에도 끄떡없이 잘 버텨내고,
저마다 혹독한 생존의 비밀을 풀려는 듯 도끼이자 숟갈인 부리를 가진 딱따구리는 선 채로 썩어간 지 오래인 밤나무 둥지를 연신 쪼아대고 있다
굽은 허리에 지팡이를 짚은 채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할머니가 오르막에서 잠시 눈길을 돌리며 쉬는 동안
제주 삼다수 2L병에 담아 연민하듯 뿌려주는 흰 쌀을 거부하듯 멧비둘기 한 마리 노오란 개나리 울타리 그늘 아래 부엽토를 연신 두 발로 파헤치고 있다
혼자인 게 두려워 이리저리 떼로 몰려다니는 겁 많은 참새들이 사철나무 조팝나무 덤불로 옮겨간 사이
앞서 드러나야 할 미래 같은 모습을 한 새매 한 마리 늘 소란한 연둣빛 현재의 지상을 굽어보며 제 먹잇감을 찾고 있다

임동확 ■
1987년 시집 『매장시편』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 『벽을 문으로』 『처음 사랑을 느꼈다』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시론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등이 있음.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