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배연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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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되돌려 보내다
깨를 볶고 있을 때 집배원이 다녀갔어요
우편물이 오지 않는 날에도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떤 일은 모르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요
당신이 자리를 비웠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깨 냄새가 당신의 부재를 덮어서
기억이란 이기적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합니다
나는 조금 더 천천히 깨를 볶습니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잔열이 깨를 태우기 전에 지난 달력을 찢어
잘 볶은 깨를 널어놓습니다
남은 열기마저 식으면 가야할 곳으로 보낼 것입니다
내가 붉은 도장으로 당신을 읽듯이
당신도 언젠가 뜯지 못한 오늘의 냄새를 맡겠지요
그 자리로 나를 다시 보냅니다

배연수 ■
2019년 《시인동네》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그냥 흐림이라고 대답하겠다』가 있음. 창작 동인 〈이는〉으로 활동 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