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김지명 | ||
|---|---|---|---|
웃음 받아쓰기
계속 쓰고 있었다
밤손님으로
손에 손 잡고 뛰어내린 도둑눈처럼
생각이 많은 몸을
덩치 큰 이름은
덩치 큰 이름을 꾹꾹 눌렀다
온 세계가 쪼그라들 것을 강요해
소년은 어디서나
어깨는 안쪽으로 굽고 자라목이며 고개는 대역죄인이었다
좋은 냄새 나네?
훅 찌르고 버린 말 속에서
웃는다
비만을 연기하는 비만인으로
구름 사이로 내건 햇빛 창살로
웃는다
선입견은 아무도 소년을 구하지 않아 구원 없는 숫눈길을 소년은 걸었다
어떡하지? 남아도는 나이를
불안이 매번 나를 선택해 베개로 삼지만
내 배꼽에 웃음이 살아
애들보다 더 크게 소년은 소년을 비웃었다
다들 좋아라 컹컹 웃음을 짖었다
비웃음 소리로 유지되는 연대감
처음에는 지나가는 소낙눈 웃음이라 여겼다
그런데 애들은 전천후 360도의 함박눈 웃음으로 소년을 에웠다
눈이 그쳐
부서져오는 햇빛 권속을
보건실도 따라와
같이 가? 실실거리던 위선을
원고지는
계속 쓰고 있었다
소년을 산책하는 많은 악령들이
칸칸이 하얘질 때까지

김지명 ■
201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쇼펜하우어 필경사』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