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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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시안 

   

 

 

 

   

   첫눈

                              윤동미

 

 

   

  장갑 끼고 목도리 하는 사이

 

 

  그쳐 버렸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누군가의 묘비명이 떠오르는 시입니다. 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나와 보니 그새 그쳐 버린 눈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따뜻한 손을 내밀기도 전에 내면의 온도를 전하기도 전에 나를 읽어버린 듯 사라져간 것들이 어디 눈뿐이겠습니까.

 

   첫눈에 반해 시작된 설렘의 시간이 있었지요. 내 하루가 온전히 그한테로 가는 길이었음에도 눈 한번 못 맞추고 지나가 버렸어요. 되돌아보면 그게 '첫'이었는데 그 '첫'들은 왜 그리 허둥거리고 미숙하기만 한 것인지, 한동안 아쉬움의 눈덩이를 굴려야 했답니다. 정진숙 시인도 ‘아기 같아서 예쁘다’ 읊었던 그 '첫눈'은 늘 온 듯 만 듯 알아차리기도 전에 떠나버린 첫사랑을 닮았지요.

 

   이 시는 제목을 빼면 그냥 한 문장에 지나지 않아요. 제목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이 시의 매력은 사람들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색색깔 추억 속에 부려놓는다는 것이지요. 긴 여운과 함께, 감성의 골목에 오래 서 있게 합니다.

 

    아이에겐 모든 게 첫이겠지요. 보고 듣고 만지면서 세상을 알아갑니다. 처음 눈을 맞고, 첫 그림자를 보고, 처음 분수를 접했을 때는 온몸으로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하죠. 공을 차다 유리창을 깨뜨려보기도 하고, 처음 신발을 잃어버렸을 땐 또 얼마나 간이 콩알만 해지던지요. 엄마 아빠에게 거짓말해놓고 가슴은 왜 그리 콩콩거리던가요. 어른이 돼서 둘러본 운동장과 고향 뒷산이 한없이 작아보이는 것처럼, 숱한 벼랑 끝에서 키운 굵은 심지 덕분에 이제 소소한 생의 아픔쯤은 웃으며 건널 수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첫은 아픈 날들이 주는 선물들의 이어달리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이 시의 첫눈처럼 만난다는 건 헤어져야 한다는 것, 그렇게 떠나 언제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시점이에요. 마음의 울림과 떨림으로 첫 문장을 시작했던 이곳의 마침표를 찍는 시간, 순식간에 사라져간 나의 모든 '첫'들이 함박눈처럼 내리기 시작해요. 그치기 전에 뛰어 나가야겠죠?  끝

 

 

 

ㅡ 그동안 “하시안의 [동시애愛]”를 애독해주신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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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안 ​ ​​l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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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