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신미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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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외의 괴(怪)
불이 훑고 간 궁궐, 물웅덩이에 비친 것을 보아라
불은 활이고 불은 외우지 않고 불은 진행해
몸통 속으로 판 다리가 들어가는 이것은 무엇인가
불은 표정으로 말하고 합창하며 즐거움을 흉내 내
불붙은 버드나무가 넘어간다 쓰러진다
불은 겁먹은 장미를 먹고 검정을 뱉고 속죄하지 않는 소문
귀에 수은을 부은 듯 무더운 목소리, 달아나라
불은 목단을 삼키고 불은 뱉고, 튀고, 날아가며 광활한 끝
도망쳐! 발목을 낚아채는 너로부터
불은 화해가 없고 불은 불현듯 높이 폭로해
한번 섰던 팽이는 쓰러지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불은 깨운다 아직 오지 않은 잠을, 눈 뜨게 하려고
귀만 남았다 다 먹고 귀만 남았다
불은 된다는 것, 저지르고야 마는, 모든 이별의 세계
해체된다 섞고 뭉개지고 녹아서 새로 돌아온다
뜨거운 기와지붕을 등으로 기어간다
지금 막 태어난 생물 같은 감정이

신미나 l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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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