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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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남호 

 

 

 

 

 

 시인

 

 

 

 

  그때는 거지가 많았어

  밥때만 되면 사립문 앞에 거지가 서 있었어

  그들은 지상에서 가장 힘겨운 모습으로

  하루와 하루 사이를 문전에서

  문전으로 이어가고 있었어

  그 거지도 그랬어

  육 척의 큰 키에 사철 검은 외투를 걸치고 있었어

  우리는 그를 키 큰 거지라 불렀어

  밥을 달라고 구걸하는 법도

  안 준다고 욕하는 법도 없었어

  주인이 나오는 동안 그는 묵묵히 서 있거나

  땅바닥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어

  식은 밥 한 덩이를 주면 품속 보자기에 넣으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고맙습니다!

  돌아서서 가는 그의 뒷모습은

  그의 몸에서 나는 쉰내처럼 서러웠어

  더러는 그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헤까닥 돌아버린 거라고 혀를 찼고

  더러는 그가 유명한 시인이었다며 킬킬거렸어

  나는 그가 시인이었으면 했어

  그래서 그가 앉았던 자리를 유심히 살피곤 했어

  그때는 그랬다는 거지 지금 시골에 그런 거지가 어딨어?

  그런데 사십 년도 더 지난 지난겨울에

  고향에 잠시 들렀다가 그 거지를 만났어

  울타리도 무너지고 지붕도 주저앉은

  고향 집 사립문 앞에

  시커먼 코트를 입은 그 거지가

  유행 지난 시를 우물거리며 서 있었어

  밥때도 지났는데

  식은 밥 퍼줄 엄마는 요양원에 계신데

  어쩌자고 글썽이며 글썽이며 쉰내 나는

  시만

  우물거리고 있었어

    

 

 

 

 

 

 

 

 

 

 

 


 

신작시-김남호.jpg

김남호 I

2005년 《시작》 등단. 시집 『고단한 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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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