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심강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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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열린 곳이 모여 막다른 곳이 되었다
열망과 절망 사이에 오해라는 다리가 있듯
막다른 곳끼리 막다른 것을 인정하는 순간
잡기 좋은 탁자 모서리가 되었다
어릴 때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는
모서리에 앉지 말라고 식사 때마다 주의를 주었지만
슬쩍 모서리에 걸친 한쪽 발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
즐거운 환담의 시선을 이으면 정확히
네 개의 모서리가 나온다
광장으로 가는 길 모서리에서
늘 만나는 우리와 또 다른 우리
함께하자는 말과 함께했다는 말의 중립 지대는
띠를 두른 이마의 자국 같은 것일까
그러고 보면 모서리는 주머니보다 훨씬 깊은
내력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어머니나 아버지 둘 중 하나라도
연애 기간 중 불거진 모서리를 걷어찼다면
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일하면서 숱하게 만난 모서리를 외면했다면
다른 이유에 이를 층계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모서리 이쪽엔 그늘이 저쪽엔 빛이 든다
그리하여 서로에게 다시 오지 않을 계절인 것처럼
광장에서 풍경은 묶이지 않고 분리된다
직선은 모서리가 있어 안심하고 세상을 설계한다
모서리에 사는 빛과 그늘에게 어느쪽이냐 물으면
동시에 서로를 쳐다볼 게 분명하다
아픈 사랑
붉은 백일홍 피었다
날이 흐려도 눈에 띈다
그런데 백일홍은 왜 피었나
피지 않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담 위를 걷듯
아슬아슬한 사랑을 한다
멀리서 봐도 위태롭다
그런 사랑을 왜 하나
사랑을 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지 않고 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심강우 l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2017년 〈눈높이아동문학상〉 동시, 2017년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당선. 시집 『색』, 동시집『쉿!』 『마녀를 공부하는 시간』, 장편동화 『시간의 숲』,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꽁치가 숨쉬는 방』이 있음. 〈수주문학상〉〈성호문학상〉 수상. 2019년 대구문화재단 개인예술가 창작지원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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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