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 저자 | 정일남 | ||
|---|---|---|---|
추일(秋日)의 강가
낙엽 깔린 객지의 붉은 구름 누각 아래
호젓한 나의 하루를 네가 나를 데리고
강가를 거닐게 되면 나는 어쩌면 좋겠나
단풍보다 붉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다
누가 말했을 것이다 너는 무한한 여정을
목적을 갖고 비관 아닌 노래를 내게
안겨주며 앞서간 일행의 뒤를 따라올 것이다
체 게바라의 원대한 꿈을 꾸라고 하지만
여긴 머나먼 남미가 아니니
원하지 않는 일이 성취되겠는가
추일 강가에서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상자 속에 있다
저 강물 건너편은 백제 땅이다
지금 나는 황톳빛 전라도로 가는데
강진 바다가 황혼에 익어가고
고산 선생 보길도를 찾아간다

정일남 l
197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80년 《현대문학》 시 천료. 시집 『어느 갱 속에서』 『들풀의 저항』 『기차가 해변으로 간다』 『야윈 손이 낙엽을 줍네』 『추일 풍경』 『유배지로 가는 길』 『꿈의 노래』 『훈장』 『봄들에서』 『감옥의 시간』, 시조집 『유배지』, 산문집 『변방문학과 일몰의 풍경』이 있음.
—
2022년 1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