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tra Form Output
저자 박성현 

     

 

 

 

 비,     

  

 

       

  

   

  천지간에 비, 쏟아진다

  사람들 모래알처럼 박힌 천지간에 비,

  마구 부서진다 구름과 바람을 뚫고

  빌딩과 잡목림을 파헤치면서

  비, 천지간에 강림한다

  흘러넘쳐 대지를 움켜쥔 녹의 시간

  그 시뻘건 생멸의 더미로 비,

  자기 몸을 내리꽂는다

  밤을 걷는 사람들은 육체를 벗어던지고

  대지의 심연으로 들어가야 한다

  안식을 금지당한 채

  점점 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비,

  내가 본 처음은 무기력했지만

  지금은 용광로처럼 무섭게 타오르는 비,

  우주를 덮치고 뼈와 살을 녹여 재로 만드는 비,

  재를 짓이겨 또 다른 밤을 설계하는 비,

 

  내가 죽어 내리는 일만 년의 기적

  비,

 

 

 

 

 

 

    

 

 

 

 

 


 

신작시_박성현.png

박성현  l

200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이 있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

2022년 10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