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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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송진 

     

 

 

 

 

 빙하의 장례식*      

  

  

       

  

   

  큰 목소리를 내지 않기로 했어 작은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앞 유리창은 시시각각 몸을 바꾸고 있어 죽은 개로 달리는 시체로 피투성이 소녀로 어쩔 건데 대놓고 깔아뭉개고 있어 잠시 미쳤나봐 큰소리를 내야지 그래도 알려질 듯 말 듯한 만행들 보일 듯 말 듯한 성폭력들 뭘하고 있는거니 목소리들아 목소리를 내자 목소리를 내자 영기차 영차 염라대왕 염치도 없어 숲풀에 숨네 어찌 이대로 잘 살았을까 명줄도 길어 산 게 산 게 아닌데 다들 잘 살았다고 하네 수국잎은 까맣게 시들고 빨간 우체통은 9월에 우뚝 서버렸네 운명이 되어버렸네 주황빛 얇은 점퍼 입은 보름달 시퍼런 한쪽 다리 절며 음력 팔월 한가위 이틀 지난 참되고 참된 거리 거짓 없는 명백한 거리 걸어간다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태풍에 귀 잘려나간 눈먼 나뭇가지 더 가난해지는 연습 중이란다 푯말 내걸고 자꾸 웃네 자꾸 더더더더더 웃네

 

 

                                                

  * 알프스의 피졸 빙하가 사라지게 된 것을 추모하는 상징적인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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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l

1999년 《다층》 등단.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미장센』 『방금 육체를 마친 얼굴처럼』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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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