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정현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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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의 방
할머니가 방문을 세차게 닫고 나갔다.
바람벽에 출렁이는 무당들. 천장이 낮은 우리 집 그래도 창문은 많았지. 창틀마다 어머니가 걸어놓은 무청 위로 들릴 듯 말 듯 붙어 있는 나방, 한 묶음 두 묶음 세놓고 싶다, 뚝뚝- 시래기의 뿌리를 털어낼 때, 쓰레기 방이나 되지 말라지 어머니는 무얼 그리 주워 오나요.
지저귈 것 없는 사방의 가시나무들은 어둠을 베고
별들의 발톱은 나무 미간에 있었다.
아버지 입술을 닫으면 꽃이 자랐다.
나는 꽃을 깨물었다. 씁쓸한 맛과 꿉꿉한 냄새,
사람이 식물이 되는 냄새일까.
식물의 슬하가 되어 남은 물들을 모두 햇빛에게 내어주는 것에 대해서, 시래기를 들추거나 헝클면 햇빛의 모양대로 떨어지는 시래기 가루들, 그런 무꽃의 말을 생각하면서 풍요로운 계절이라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물을 주지 않아야만 무성해지는 시래기의 방
나는 죽었을지도 모를 화분에 물을 준다. 어머니는 질기고 푸른 무청을 찬물에 우려냈다. 그럴 때 아버지의 바짝 마른 등뼈는 햇살에 구부러지고
나는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껍질을 모아 국을 끓였다. 점점 작아지는 아버지, 무든 뿌리를 꺼내 우적우적 먹고 싶은 밤,
버려진 뿌리들의 행방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고

정현우 ㅣ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공저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