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저자 | 임희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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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있는 사람들
새벽고양이 울음 지우는 청소차 경광등과
간판 불빛 사이에서 태어난,
빠르게 허물어질 그런 이름이 아니죠
여기, 새로운 학명을 부여받고
묘표처럼 공손히 새겨진 사람들
얼굴에서 눈과 코와 귀를 지우고
광대춤을 추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편한 세상’, ‘숲속의 아침’, ‘미소지움’
식민의 군락에서 칸칸이 통에 담겨 라벨링된
대단한 공명심이 불타오르네요
- 우리집 수조에 사는 고래요?
- 기막히게 노래 잘 하죠
- 라 벤더 꽃잎 몇 장 띄우면 넘실넘실 향기를 부르죠
- 서식하는 울음이라뇨?
- 바람이 끌고 가는 구름처럼 게으른 삶이 얼마나 편한지요
- 야채가 신선하게 부패하는 중입니다
- 부패 과정을 냉장고는 싱싱하게 보관하죠
- 응접실 바닥에 말라붙은 오렌지 주스처럼 끈끈하게!
- 서로를 좀먹어 가는 거죠
대리석 바닥과
차가운 벽이 아름다운 이름 있는 이 공간
안을 감추려면 계속 불을 밝혀야죠
이름 갖기에 골몰하는 이들이
유적지를 돌며 나무와 돌에 이름을 새기네요
명품이죠

임희선 ㅣ
2014년 《애지》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5월
